예전 어깨너머로 문인화를 얼핏 엿본 바에 의하면
아무 계산이나 계획 없이
감각대로 거침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붓길이
참 시원스럽고 멋스럽다는 생각을 했었다.
나도 배우면 곧 그렇게 되리라...
문외한의 큰 착각이었다. 헤헤~~
지금 공부하는 문인화는
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
화선지에 손바닥을 대가며 공간을 잡고
한 획 한 획 신중을 기하며
다양한 먹색을 내기 위한 물조절과
속도와 힘의 완급, 각도와 요소의 다양성,
조화와 균형 속에서도, 그러나 한 순간의 흐트러짐까지 자연스럽도록
집중하고 인내하며 완성까지 이르러야 하는
쉽지 않은 작업이다.
물론 설 익은 탓에 여러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
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
어쨌든 배우는 과정은 이와 같다.
특히 난은 숨 고르기가 중요해서
숨을 고르고 붓끝을 계속 다듬어 끝이 갈라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다.
먹색을 확인하고 선이 끊어지거나 호흡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
관건이다.
이러면 뭐 꽤나 잘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진 않고^^;;
천천히 한 획 한 획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.
조급하거나 멋에 취해 들뜨면 전체가 망가져 후회막급니다.(물론 고수는 예외다!)
오히려 뜸 들이듯 천천히 한 획 그리고 붓끝을 다듬고 또 한 획 그리고 또 다듬고... 하는 편이
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.
재미있기도 하고 어렵다고 투정하기도 하고
낑낑대는 과정의 연속이다.ㅎㅎ
오늘은 최대한 뜸 들이며 천천히 하나하나 신중하게 해보았더니
나름 구성이 어느 정도 잡혀가서 여백도 자연스럽고
조금씩 섬세하게 다듬어지는 듯~~~
1. 1일 1그림
2. 16시간 간헐적 단식 : 주 3회 이상
10월도 내 자신에게 화이팅!!!^^
매화를 다른 식으로 그려보고 보완해 보았다.
빨리 빨리 잘해내고자 하는 마음을 비우고
가지 하나하나, 꽃잎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 보니
어느새 매화가 그려졌다.
큰 종이를 어서 채우려는 강박을 버리고 하나하나 요소에 집중 하다보니
그래도 나름 선방~ㅋ
(꽃잎 뭉개진 거 빼공 : 처음 중요한 꽃잎 그릴 때 소심, 그러다가 필이 붙어 리듬이 나오는데 그때는 이미 중앙에서 멀어진 뒤~ㅎㅎ
하지만 리듬만 타다 보면 완성해 놓고 보면 망치기 일쑤다. 고수가 된 뒤에, 충분히 익은 후에 맡겨야 한다.)
붓을 바꾸고 내 맘대로 안되는 것 같고, 연습할 시간이 없다 보니
마음에 먹구름이 좀 끼었던 것 같다.
특별한 것만큼 평범한 것이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
잘되기만 좋기만 한 것이 과연 있을까?
대부분 지루하고 인내하고 때때로 속상하고
그저 꾸역 꾸역 가다보면 서프라이즈처럼 만족스러운 순간이 오기도 하고
그러면서 가는 거겠지!
비는 보슬보슬, 주룩주룩, 후두둑, 대로롱~~~
다양한 소리에 장단을 맞추며 늦은 밤까지도 내리고 있다.
내일이면 보청천이 넘쳐서 외부 출입이 안 될지도~~~ㅎㅎ
...
습기를 잔뜩 머금은 화선지 때문인지 번짐이 유독 많았지만
인내하고 연습~
매화를 제대로 그리려면 6~7년 그려야 한다고 하셨다.
매화의 자태가 몇 번씩 바뀌면서 자리를 잡아간다고.
전지 크기의 매화꽃을 다는 붓은 크기가 다른 붓인데 지금껏 작은 붓으로 그리다보니
매화꽃이 탐스럽지 못하고 올망졸망...ㅋㅋ
그래서인지 매화꽃 다는 법을 다시 익히면서 붓 때문에 물조절이 안되서
매화꽃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지만 과정이라 여기며 또 도전해 본다.